제가 이 회사의 사례를 소개할 때에, 늘 먼저 짧은 퀴즈를 내고는 합니다. 아래의 기업이 어디인지 한 번 맞춰보십시요.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
- 90년대 말 적자를 기록한 이후, 6년간 매출 하락 및 적자 계속
- CEO 교체 및 교체 1년만에 극적으로 흑자 전환
- 이후 10년간 매출 5배 성장 및 사상 최대 영업 이익 달성
제가 이 Quiz를 내면, Apple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GE를 이야기하신 분들도 계셨었습니다만, 제가 의도한 답은 레고(LEGO)입니다.
개인적인 꿈 중 하나는, 나중에 은퇴해서 완구 사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옛날에도 레고는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초반 레고 스토리라는 책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레고는 잘 아시는 것처럼 요철이 달린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입니다. 시작은 1932년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라는 분이 목공소를 하시다가 짜투리 조각으로 나무장난감 사업을 하시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이후 지금과 같이 사출을 통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레고를 만들었고, 1958년에는 레고 블록 크기를 표준화하고, 요철이 호환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레고는 창의력을 길러주는 장난감의 대명사로 꾸준히 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레고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 레고블록의 특허권 소멸(1988년) : 마트나 장난감 상점에서, 레고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가격은 훨씬 저렴한 브랜드를 보셨을 겁니다.)
- 선진국 시장의 출산율 저하 (완구시장 축소)
- 디지털 게임기의 부상 : 부모님 주머니는 한정되어 있고, 아날로그 레고보다는 뿅뿅 게임기가 아이들의 눈길을 끌게 마련이지요.
최근에 Digital Transformation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Digital Disruption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정작 레고야 말로 오래 전에 Digital Disruption 당하게 될 뻔한 기업이었습니다.
- 먼저, 신제품을 많이 늘렸습니다. 하지만 매출도 영업이익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 이어 레고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의류, 시계, 출판/미디어, 테마파크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레고의 부진은 이어졌고, 큰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출처: Picking up the pieces, Oct., 2006, The Economist |
이런 위기 상황에서, 레고 이사회는 큰 결단을 하게 됩니다. 2004년 CEO를 교체하게 됩니다. 가족경영을 통해 성장해온 레고에서, 당시 36세에 불과한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라는 젊은이를 CEO로 임명합니다. (McKinsey 컨설턴트로 일했었고, CEO로 임명되기 전까지 레고에서 근무했던 분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기적이라고 할만큼, 놀랄만큼의 변화가 이어집니다.
출처: The Lego Case Study 2014 |
출처: Trunaround Story: The Lego Group |
위의 그래프(1993년이 아니라, 2003년입니다만)에서 보시는 것처럼, 매출은 해마다 두자리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수익성도 완구업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장합니다.
도대체 레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경영학에서도 레고의 Turnaround에 대해 많이 다루고 계시고, 구글링을 해보시면 은근히 레고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글쓴이의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들도 있으니,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보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레고의 Turnaround 과정을 압축해서 적어봅니다.
1) Back to Brick
흔히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Back to Basic을 이야기합니다.
레고의 경영진은 각국의 가정, 완구 소매업체를 방문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확인하거나, 깨닫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즉, 레고의 핵심은 블록완구에 있었고, '레고다움'을 다시 찾기로 했다고 합니다.
- 부품수 합리화(=줄이기): 블록의 크기, 모양, 색상을 조합하면, 정말로 다양한 부품수가 나옵니다. 12,900여가지의 블록을 7,000여가지로 줄였다고 합니다.
- 공급업체 정예화: 레고 제품이 늘어나다보니, 공급업체의 수도 많이 늘어났었기에 자연스럽게 정예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11,000여개의 공급업체가 2,200여개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 물류센터 통합: 유럽권의 경우, 5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했다고 하는데, 1개로 통합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재고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겁니다.
- 사업 구조 조정: 레고 브랜드를 이용해서 시계, 의류, 출판, 테마파크 등 사업에 진출했었는데, 레고랜드의 지분은 매각하고, 브랜드를 이용한 사업은 라이센싱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자, 여기에서 Digital Transformation과 관련된 교훈 내지 Tip 이야기를 잠시 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제품 합리화, 공급업체 정예화, 물류센터 통합 작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신임 CEO는 2004년부터 Complexity (복잡성)과의 전쟁을 펼쳤는데, 이때에 SAP ERP가 전략적 의사결정의 수단이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CEO 취임 이전부터 레고는 ERP 프로젝트를 했지만, ERP의 활용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었나 봅니다.
- Global Supply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13개 프로세스에 대해 표준화 및 단순화(Simplification)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고 합니다. 13개 프로세스에는 Order-to-Cash, Procure-to-Pay, Manufacturing, Quality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 아울러 물류 배송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공급업체/물류업체를 정예화하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져진 Back-end를 바탕으로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ERP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정보와 Insight가 있지만, 원가와 수익성은 레고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품(제품)을 정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ERP에서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니, ERP 프로세스대로 운영하고, 데이터의 정확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내부 환경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몇 년전부터 중소제조업체을 위한 스마트공장 과제(정부과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ERP 보급사업 처럼 도덕적 불감증을 일으키고, S/W 업체들을 난립하게 만든 후에 도산하게 만드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우려 속에도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중소기업도 있습니다.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중소기업 CEO들은 몇 가지 요인을 공통적으로 꼽습니다.
- 매뉴얼로 하던 작업을 자동화했더니, 해외 (잠재)고객들이 실력을 인정해주고, 일거리가 늘어나거나 신규 거래선을 개척할 수 있었다.
- POP/MES를 통해 생산량, 생산시간, 투입된 자원 등을 정확하게 집계하고, 이를 ERP와 연계하였더니, 제품별 손익, 거래선별 손익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처럼 묻지마 수주가 아니라, 매출만 쫓는 수주가 아니라, 수익성을 따지는 수주와 Nego가 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매출도 이익도 성장하게 되었다.
급하다고, 바늘귀에 실을 메어 박음질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튼튼한 기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 정도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겠지만, 데이터의 정확도, 이렇게 얻어진 Insight를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 라는 측면에서는 한 번 돌이켜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기술, 멋진 이야기만 쫓지 말고, 1) 레고나 위의 우리 기업들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다져야 하기도 하고요, 2) 기업의 많은 구성원들이 변화를 공감할 수 있는 영역부터 혁신을 시작해서, 혁신의 문화를 심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길어진 것 같아,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번 포스팅으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첫 편집일: 2018년 12월 31일, 정대영(SAP Korea)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