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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5일 화요일

Industrie4.0을 끌어가는 조직 - Platform Industrie4.0

2019년 4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업 박람회라고 불리는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가 열립니다.  Hannover Messe 2019는 4월1일부터 4월5일까지 열리고요,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전시업체로 참여할 것이고, 그 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새로운 기술과 응용 영역을 배우기 위해 하노버를 찾으실 겁니다. 특히나 독일의 Industrie4.0은 어디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배우기 위해 떠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예상됩니다.

Industrie4.0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누가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도 꼭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기업에서 혁신 과제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때에도 담당 인원을 선정하고, 추진 조직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혁신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계의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만들려면,  참여 인력 및 추진 조직은 보다 잘 구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 경영진이 Top Down 형태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잘 따라갈 듯 말 듯 한데, 이해관계자가 훨씬 다양한 산업계나 사회라면,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마찬가지이고, 실행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4차 산업혁명, Industrie4.0이 한참 관심을 끌 무렵,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제와 추진조직을 다룬 보고서들이 나왔었는데, 의도한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반향을 일으켰다면,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거나,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조직을 만들 때에 이런 사상이 조금이라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Platform Industrie4.0 조직의 역사 공부는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있는 그대로의 조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The Background to Platform Industrie 4.0
연방경제에너지부(BMWi)의 장관과 연방교육연구부(BMBF)의 장관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리더들이 Platform Industrie4.0 의 경영진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경영진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함께 볼까요? 웹사이트에 경영진 및 참여기관들이 누구이고, 어디인지를 설명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다음의 표는 Platform Industrie4.0의 경영진입니다.

출처: Platform Industrie4.0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장관, 연방교육연구부(BMBF) 장관, 그리고 이 외에 8분이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일을 대표하는 쟁쟁한 민간 기업의 Board Member들이 들어와 있는데, Robert Bosch, Deutsche Telekom, SAP, Siemes, Festo 가 눈에 뜨입니다. 그리고 다른 3분이 있는데, 독일 산업계를 대표하는 BDI (독일 무역협회로 해석해야 할까요?),  IG Metall (독일의 금속노조), 독일의 연구조직인Fraunhofer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딱 보아도 한국에서 어떤 추진조직을 만든다고 할 때에는 확실히 다릅니다. 몇 가지 다른 점을 꼽아볼까요?


  • 멤버 중 절반 가까이가 대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질책과 반감이 큽니다. 아울러 특정 기업 밀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두려워합니다. 비판이나 야단을 피하다 보니, 중립을 찾게 되고, 결국 학교 교수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 교수들도 아는 것 많은 분들입니다만, 훈수는 둘지 몰라도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기업이 움직이도록 할 수는 없는 분들이지요. 대기업은 변화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적대적 세력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 노조의 참여: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계급이 노동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단기간에 정치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바뀌었고, 과거 독재 정권 하에서 또 민주주의 정권 내에서도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왔던 것도 노조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Industrie4.0은 노동, 그리고 노동자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만, 강성 노조에 데여본 경영진이나 공무원들은 노동자의 동참에 대해서는 꺼려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노동자의 이해와 협조없이 제조업의 혁신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표하는 노조의 참여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더 담고 싶고, Start-up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은 것 이해합니다. 이해관계에 휘둘렸다는 뒷담화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비판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담대함이 있지 않은 이상, 수 많은 이해관계자를 포용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2017년에 한국에 방문하셨던 Henning Kagermann 박사님이 주신 당부의 메시지를 들어보실까요? (출처:  독일 4차 산업혁명 기수, 헤닝 카거만 내한 / YTN 사이언스)

 




본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면서 마무리 짓는 글입니다.  괜히 남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 기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앞서 독일의 Industrie4.0 추진 조직도 변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일단 해보고, 잘 되는 것과 잘 안되는 것을 겪어가면서 또 바꾸어가면 가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 뿐만 아니라 남들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해보고 아니면 다시 고쳐가는 유연한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편집일: 2019년 2월 6일, 정대영(SAP Korea) 씀


2019년 1월 5일 토요일

진시황과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

2018년 말, 송년회 중에 한 동료가 Global Operation과 관련된 질문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중견, 중소기업들도 점점 해외로 판매와 생산거점을 넓혀가고 있고, 과거와 달리 M&A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한두번의 포스팅으로 정리하기에는 주제가 많이 큽니다. 오늘은 진시황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끈금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한 번 밑의 동영상도 보시고, 글도 읽어보아주시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밑의 동영상은  EBS 다큐프라임, 불멸의 진시황 1부로, 각 동영상은 약 15분 분량입니다. 재미있으니, 동영상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지만, 바쁘신 분들은 동영상들 밑에 있는 글로 가셔도 됩니다.


Part 1

아직까지 역사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진시황. China라는 중국 이름의 유래가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제도를 만든 군주이기도 하지만, 분서갱유를 비롯해 망상에 어린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고도 있습니다.

그는 13세에 진나라의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왕에 올랐기 때문에, 어머니인 제태후, 어머니의 정부인 여불위, 여불위가 데려온 환관 노애의 눈치를 보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22세가 될 무렵(기원전 238년), 노애의 반란 성공적으로 제압하면서, 여불위도 제거하고, 어머니의 영향에서도 벗어납니다. 그리고 인재를 널리 등용하면서, 진나라의 힘을 키웠다고 합니다. 운하를 건설해서, 농사가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부흥했다고 합니다.


Part 2

등용한 인재 중에 간첩이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다른 나라에서 온 인력들을 쫓아내는 축객령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나라 출신의 이사라는 신하게 간청한 바에따라 유능한 외국인 인재의 등용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농업의 발전은 진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고,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갔다고 합니다. 무려 100만명에 이르는 정예군을 준비하고, 기원전 230년부터는 통일전쟁을 시작합니다. 이웃한 한나라를 먼저 치고, 주나라에게 승리를 거두고, 연나라를 정복하고, 통일전쟁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춘추전국 시대를 정리하고,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의 황제라는 의미로 시황제에 올랐다고 합니다.

500여년간 서로 다르게 살던 나라들을 물리적으로 통일했지만, 진정한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한 제도개혁도 빠르게 밀어붙이고 완성했다고 합니다.

1) 군현제

봉건제를 폐지하고, 36개군에 관리를 파견하는 정치시스템을 만듭니다. 능력에 따라 등용하고, 세습을 금지하는 중앙집권형 시스템은 관리들이 적극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관습이 아니라, 법률을 통해 통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진나라는 법치국가로서, 그 법률은 엄격했고, 또한 방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틀을 만든 이가 '이사'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의 통치철학과 제도를 만든 '정도전'이 떠오르네요.)

2) 도량형 통일

부피, 길이, 무게 등을 통일했다고 합니다. 도량형의 통일을 통해 상업이 발전할 수 있었고, 세금징수가 용이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경전이라는 전국화폐로 화폐도 통일했다고 합니다.



Part 3

3) 문자의 통일

각 지역에 학자를 보내서 글을 가르치도록 했으며, 오랫동안 분리되어 살아온 나라들의 문자를 통일했다고 합니다. 글과 말이 통일되어야 진정한 통일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때의 문자 통일 덕분에 이후 현재까지 중국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군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책을 불태우고(분서), 학자들을 생매장했던(갱유) 사건들이 대표적입니다. 봉건제를 원했던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대해 대응으로 기존 철학을 유지하고 했던 책을 태웠던 것이라고 합니다. 농경, 기술, 천문 등에 대한 책들은 왕궁에 유지했고, 서적 모두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공인서적은 그대로 남겼었다고 하네요. 460여명의 유생을 산채로 묻는 사건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한나라 시대 역사서적에 의하면 유생이 아니라 도사를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해석되고 쓰여지다보니, 진을 멸망시킨 한 나라에 의해 기록된 역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합니다.

제국의 통치자로서 죽는날까지 현장을 뜁니다.

매일 120근의 죽간을 읽었던 일벌레였으며, 통일된 제국을 12년간 5번 전국순행을 했다고 합니다. 제도를 정비하고, 통합을 추구하고, 부정부패에 엄격했으며, 백성에게는 평등주의를 추구했다고 합니다.

이민족의 침입이라는 골치거리에 대항하여, 현재의 만리장성이 된 국가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데, 당시 인구 2,000만명 중 100만명이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만리장성의 안쪽으로는 전국적 도로망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원전 210년, 50세의 나이에, 5번째 전국순행 중에 폭염, 과로로 인하여 사망함으로써 진시황의 시대는 끝납니다.

참고로 진시황을 다룬 EBS 다큐프라임 2부도 재미있습니다. 2부에서는 병마총의 발굴에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진이 과학기술, 군사면에서 어떻게 앞섰기에 짧은 기간 동안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1부, 2부 모두 진시황에 대해 긍정적 관점에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만, 2,000여년 전 이전으로 돌아가 당시를 구경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위의 진시황 이야기가 영감을 주었으라 믿습니다.

a) Global Operation을 위한 Governance.

진시황이 중앙에서 관료를 파견하고, 평가했던 것처럼, 기업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HQ와 지역법인간의 관계입니다.  HQ에 힘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비슷하지만, HQ와 지역의 역할을 놓고 보면 보다 중앙집권적일 수도 있고, 보다 자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보다 중앙집권적 유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고, 일본이나 유럽 기업들만 하더라도 자율적 유형을 선호하는 듯 보입니다.

과거보다 지금은 정보통신 및 물류/교통의 발전으로 훨씬 더 빠르고, 자세하게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술로만 놓고 보면, 중앙에서 훨씬 더 많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만, 지금은 현장에서 훨씬 더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자율권을 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 것으로 보입니다.

b) 표준화

진시황은 도량형을 통일하고, 문자를 통일했습니다. 기업으로 놓고 보면, 용어, 기준정보를 표준화하고, Rule과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KPI를 표준화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표준화가 잘 이루어지면, communication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일 수 있고, 관련된 각종 일들이 단순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GSI(Global Single Instance) 유형의 ERP를 오래전부터 구축해왔습니다.  각 지역, 사업부 등의 차이도 있겠지만, 가능한 공통부분을 표준화하는 노력이 있었고, 이것이 가능했기에 GSI를 통한 효과를 거두워왔습니다. 해외 기업들보다 GSI ERP 면에서는 훨씬 앞서 갔고, 지금도 앞서 가고 있습니다.  다만, 덩치가 커지면 변화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표준화를 통해 효율을 거둘 수 있었지만, Core 부분을 수정하는 것에 대한 Risk 부담 때문에, 새로운 기술 수용이나 혁신이 느려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시대가 흐르고 흘렀지만, 표준화는 큰 가치를 가집니다. 기업내에서의 표준화도 중요하고, 기업간 표준화도 중요합니다. Industry4.0 시대에서는 사물/기계간의 Communication를 비롯해서 표준화되어야 할 부분들이 늘어납니다.

독일에서 Industry4.0을 이끌고 있는 Platform Industrie4.0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표준화 Working Group입니다.

c) 솔선수범과 변화관리

진시황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12년간 5번에 걸쳐 통일제국의 각 현들을 순방합니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전국을 돌아보기도 했겠지만, 각 지역에서 신하들의 목소리도 듣고, 각 지역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도 했었을 겁니다. 아울러 본인이 만든 새로운 제도들이 잘 정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정착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찾아 제거하는 작업들도 했을 겁니다.

지금도 기업 경영진은 현장을 직접 방문합니다. 전화도 있고, e-mail도 있지만, 직접 방문하고 살피는 것만큼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없고, 현장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수단입니다.

변화관리가 깔끔하게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저항이 강한 경우에는 교육이나 계몽만으로는 안될 것입니다. 진시황이 잘 했다는 것이 아니라, 분서갱유도 당시에 동원할 수 있는 변화관리의 수단이자, 강력한 communication 이었으리라 싶습니다.




중국 역사상 엄청난 대업을 이루었음에도 진시황 그 자신도, 통일제국 진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개인과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오래 장수하기를 바랍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덩치가 커지면 주위에서 존중을 받으면서 시기의 대상, 견제의 대상이 됩니다. 아울러 조직의 규모는 무한대로 커질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Centralized Governance가 힘을 발휘하겠지만, 일정 정도를 넘으면 Decentralized Governance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울러 덩치가 그렇게나 중요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좀 뚱딴지 같은 포스팅이기도 했지만, 그저 개인의 의견임을 밝혀둡니다.

첫 편집일: 2019년 1월 6일, 정대영(SAP KOREA) 씀

2019년 1월 1일 화요일

위기를 극복한 멋진 사례 - 레고 이야기 (3/3)

레고 이야기, 3번째 이야기입니다.

앞서 2번의 포스팅을 통해서, 레고가 겪었던 위기, 레고가 위기를 극복해간 과정을 이야기드렸었습니다. 그리고, 레고가 플래스틱 사출물(=블록)을 잘 만들고, 마케팅만 잘 하는 회사가 아님을 중간중간에 설명했었습니다.




레고는 경영과 IT를 접목하는 면에서도 모범사례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IT의 위상이 많이 격상되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CIO가 만들어졌고요, 회사내에서도 임원급의 위치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IT는 경영과 밀접한 위치에 놓여지게 됩니다. Business와 IT를 Alignment 하는 것이 CI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임무라고들 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LEGO의 주요 IT 프로젝트를 시계열로 표현한 것입니다. 

  • ERP/SCM: LEGO가 극적으로 Turn Around 하는데 있어서, 제품을 합리화하고, 공급업체를 정예화하고, 물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물류센터를 통합했었다고 첫 번째 블로그에서 설명했었습니다. 이 당시, 어려운 의사결정을 위한 Insight를 제공하고, 혁신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ERP 프로젝트의 힘이었습니다.
  • 글로벌 인재 관리 시스템: 레고는 혁신과 성장이 임직원으로부터 나옴을 빠르게 인식한 회사입니다. 인재 관리를 통해 임직원의 역량을 한층 높이고, 인재 관리 프로세스를 한 단계 높여 정착했던 것이 2008년부터입니다. 시스템으로는 SuccessFactors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 제조 시스템 플랫폼: 레고는 Turn Around 과정 중에서 한 때에 공장을 매각하고, 생산을 아웃소싱했었다고 합니다. 이후 품질이 레고의 근본임을 다시 인식하고, 생산을 인소싱했었다고 합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생산기지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게 되는데요,  생산관리 프로세스의 상향 표준화를 위해 제조 시스템의 플랫폼화를 합니다.
  • PLM 통합: 레고의 제품은 플래스틱 블록에서 전기, 전자가 접목된 제품으로까지 확대됩니다. 제품 개발을 위한 Idea Development도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업의 다각화에 따라 제품/서비스도 늘어나게 됩니다. 과거보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도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도 많아지는 당연해집니니다.  이러한 제품개발/관리 프로세스를 한 단계 개선하고, 글로벌 운영이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SAP PLM을 도입하게 됩니다.
  • Customer Engagement 플랫폼: 과거에는 유통업체를 통해 고객을 만나게 되었다면, 홈페이지, Social Media, 모바일 App을 비롯해서 LEGO 전용의 Digital Designer 등 고객과의 접점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고객에게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넘어 Memorable Experience, Impactful Experience를 제공하고, 고객의 니즈와 느낌을 이해하고, 이를 다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세입니다. 흩어져 있는 고객정보를 통합하고, 멋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SAP C/4HANA)을 도입하게 됩니다. 
굵직한 프로젝트 몇 가지를 들어서이지, LEGO Digital Designer의 개발과 출시, Open Innovation을 위한 LDD Gallery를 열었던 일, IT 및 S/W가 결합한 LEGO Mindstorms의 출시를 비롯해서, LEGO의 혁신은 IT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경영혁신의 Enabler로 IT가 있었다면, 지금은 Digital First로 가고 있는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문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문화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하지만, 딱뿌러지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에 드러나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차이는 읽혀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 중 삼성, LG와 같이 구체적으로 회사를 적어보면, 어떤 면에서들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시거나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업 문화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지만, 저는 문화라는 것은 의사결정을 하는 가치 기준에서 시작되어, 임직원들이 행동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라고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레고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조직의 계층도 자연스럽게 늘고, 조직내에도 여러 전문 부서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레고의 경우, 많은 임원 협의체(의사결정기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많은 전문적인 회의체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레고는 Turn Around 과정에서 이를 대폭 축소했다고 합니다. 10여개에서 1개(Corporate Management)로 줄였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의사결정의 속도와 일관성은 올라가게 되겠지요. 이런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소위 의사결정을 하는 협의체 인원을 확대 조정하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SAP에도 SET(Senior Executive Team)이라는 의사결정협의체가 있습니다. SET도 Core SET가 있고, 조금 더 많은 인원으로 구성되는 Extended SET가 있습니다. 모든 나라에, 모든 Region에 동일한 의사결정협의체가 있습니다. 안건에 따라 Core SET에서 결정하면 될지, Extended SET에서 결정하면 될지만 나누는 기준만 있으면 됩니다.

레고의 경우, CEO를 비롯해서 COO, CMO, CFO, HR 등 핵심 임원들이 있습니다만, (모든 의사결정 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낭비가 될 것이고요,) Corporate Management에서 결정된 것은 가능한 존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된 것이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실행중심의 문화가 성숙하도록 했다고 하네요. 

Open Office도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입니다. SAP Korea의 경우에도, 사장님을 비롯해 임원이라고 하는 분들이 독차지 하는 방이 없고요, Mobile Seat라고 해서 출근하면 앉고 싶은 층의 앉고 싶은 자리에 가서 앉아서 근무합니다. 레고도 지역별로 Open Office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즉, 경영진도 일반 직원들처럼 보통의 자리에서 함께 근무하니, 경영진과 직원간의 의사소통은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것이고, 계층적 문화를 없애는 데에도 기여했으리라 믿습니다.

Digital Transformation에 있어서, 진짜 구루들은 문화를 바꾸는 것에 대해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합니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마치 DNA를 바꾸는 것과 같은데, 기업으로 놓고 보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화를 바꾸는 방법도 여러가지를 사용합니다, 평가지표를 바꾸고, 평가방법을 바꾸는 경우도 있고, 일하는 공간을 보다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바꾸는 경우도 있고,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서들이 같이 일할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바꾸기도 하고, 생각이나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는 밀레니얼, 외국인을 섞기도 합니다. 한 가지 묘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나중에 SAP가 어떻게 Innovation Culture, Customer-Oriented Culture를 회사에 심어갔는지에 대해 한 번 설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썰렁한 농담 하나 하면서, 레고 이야기 3번째 포스트를 맺을까 합니다. 밑의 사진을 보시면, 병들이 있습니다.


출처: https://sha.org/bottle/
우리가 병목(Bottleneck)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디에 있는지요?
병목은 병의 밑에, 병의 중간에 있지 않고, 병의 윗 부분에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혁신을 시작하고, 혁신에 성공하려면, 바뀌어야 하는것은 바로 병목입니다. 리더의 마음가짐, 태도, 행동양식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습니다.
"In most organizations, the bottleneck is at the top of the bottle"


마지막 편집일: 2019년 1월 2일, 정대영(SAP KOREA) 씀 

위기를 극복한 멋진 사례 - 레고 이야기 (2/3)

레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앞의 블로그에서는  레고의 위기가 어떻게 찾아왔는지와 위기 극복 과정의 이야기 중 Supply Chain의 Complexity를 줄였던 노력을 설명했었습니다. 요약한다면, 레고 블록의 수를 줄이고, 다각화된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 중에 레고는 본연의 본질을 찾습니다. 이러한 혁신 중에 ERP는 제품 합리화에 대한 의사결정을 비롯하여, 프로세스의 단순화 및 표준화, 그리고 조직원들이 다시 레고 본연의 사업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Back-to-Brick (Back-to-Basic)을 통해 불과 1년만에 사업도 흑자로 반전됩니다.

그리고 수익성 있는 성장(Profitable Growth)을 위한 혁신은 이어집니다.

2) 레고 본연의 핵심을 지키는 컨텐츠 비즈니스 (신사업)

블록 사업을 근간에 두고, 레고는 사업 영역을 확대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속의 스토리에 맞는 레고 완구 시리즈를 냈던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스타워즈, 해리포터, 배트맨, 인디아나 존스, 반지의 제왕 등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완구점에 가셨던 분들은 이런 완구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꽤 많은 성공작을 낸 이후에, 레고는 직접 컨텐츠 제작으로도 뛰어드는 모험 내지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The Lego Movie, 닌자고 등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고, 이를 통해 레고 블록 완구 시리즈도 대박을 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비디오 등으로도 수입원을 다각화합니다. 흔히 영화, 만화, 게임 산업의 특징을 One Source Multi Use 라고들 하는데, 레고도 산업의 속성을 잘 이용해서, 하나의 구성원이 되기도 하고, 전체를 Orchestration 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매출 부진에 시달렸을 때에, 여자아이, 성인 층으로 사업을 넓히고자 시도했었는데, 레고는 과거 레고의 추억을 안고 있는 성인층을 대상으로 고급 블록을 출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Architecture 시리즈인데, 세계의 멋진 건축물들을 레고로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중에는 동아시아권 최초로 한국의 전통 건축물인 숭례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출처: 레고 아키텍쳐 시리즈 17 - 21016 숭례문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Digital Transformation의 본질은 Business Model Innovation 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신사업을 한다고 할 때에, 어느 날 갑자기 기존 사업을 제껴두고 신사업에만 몰빵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신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을 가질 수 있어야 Risk를 줄일 수 있겠지요, 고상한 표현으로 핵심역량이라고도 하는데 핵심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신사업이어야 Risk도 줄이고, 성공확률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SAP도 Digital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한 기업으로들 외부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SAP라고 하면, ERP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고요, SAP를 조금 더 아시는 분들은 ERP 외에도 많은 CRM, SCM 영역의 Business Applications들과 Analytics, SAP HANA를 비롯한 Database, Ariba, Success Factors, Concur를 비롯한 Cloud 제품들, Leonardo 를 비롯한 혁신 제품군들도 떠올리실 겁니다. 과거에는 유명한 Business Application 업체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독일의 쟁쟁한 기업들 중에서도 시가 총액 1위 업체로서, Industry4.0을 하고 있는 업체로 Transformation 했습니다.

SAP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요?

SAP의 핵심역량은 '고객의 비즈니스 문제를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핵심 역량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Business Model을 넓혀왔고, 기업 내부의 인적 역량과 문화도 혁신해왔습니다.

  • Outcome Based Model (Cloud Business)
  • Expand to New Industries/Market (In-memory computing - SAP HANA)
  • Platform Business (Business Network) 

Business Model을 확대하거나, 혁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시는 분들은 먼저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위해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Open Innovation 및 신기술의 접목

어떤 업종에 있든간에, 고객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는 프로세스도 혁신의 대상이며,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도 혁신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도 제품혁신이라고 하면, 흔히 연구소에서의 제품개발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내 정보가 바깥으로 새어나가면, 경쟁업체가 모방제품을 만들까하는 걱정으로 폐쇄적인 R&D를 추구해왔습니다만, 폐쇄적 혁신보다는 개방형 혁신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10여년전에 P&G가 신제품 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개방형 혁신(Connect & Development)으로 성공을 거둔 후에, 산업계에 널리 공감대가 형성된바 있었습니다.

레고도 개방형 혁신에 있어서는 P&G 만큼이나 멋진 사례를 만들어냅니다.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것이 레고의 Digital Designer 입니다.

출처: The Lego Digital Designer (Wiki)

2004년에 최초로 출시되었다고 하니, 벌써 15년이 되어가네요. 레고에서 만들어내는 블록들을 이용해서, Digital 환경에서 가상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Digital Designer 입니다. 몇 년전부터 Digital Twin 이라는 용어가 유행인데요, Low Fidelity의 Digital Twin의 참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Digital Designer는 그 자체로도 고객들이 레고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에도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듭니다. 소비자들이 Digital Designer로 만든 것을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듭니다. 바로 이 공간이 Lego Digital Designer(LDD) Gallery 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만드는 것이라, 대단하지 않은 것들도 많지만, 많은 사람을 경탄하게 하는 뛰어난 작품도 나타납니다.

출처: Lego Digital Designer Gallery

LEGO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LEGO는 이 작품을 상용화하고, 이 작품의 판매 수익을 설계한 사람과 나누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가상으로 만든 작품을 직접 만들 수도 있도록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Digital Designer로 고생고생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아빠, 엄마는 그 작품이 너무나 멋있어 보일 겁니다. 가상으로만 구경하고 있기에는 안타깝지요. 주문을 하면 가상 작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것과 동일한 블록들을 집으로 보내주는 겁니다. 집에서 다시 작품을 만들면서, 아빠, 엄마, 아이 모두 좋아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시는지요? (Mass Customization의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Apple이나 Google이 Smart Phone에 들어가는 App을 만들 수 있는 SDK를 제작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제작자들이 App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공간 (App Market)을 만들어주고, App 판매를 통해 얻어진 수입을 제작자와 나누는 모델이 떠오르실 겁니다. 사실 S/W나 Contents 외에도,  T-Shirts를 비롯해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 사례들은 꽤 많습니다.

앞선 Digital Designer나 Gallery처럼 LEGO는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중간 소매유통 채널을 건너뛰고 바로 고객과 Communication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고객으로부터 신제품 아이디어도 얻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LEGO의 제품이라면, 플래스틱 블록 완구를 떠올리는 기성세대분들이 많으시겠지만, LEGO 제품 중에는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것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LEGO의 마인드스톰입니다.


출처: LEGO 8547: Mindstorms NXT 2.0: Robot (Amazon)

제 아들도 초등학교 3-4학년 때에 방과후 활동으로 Mindstorms 조립하는 재미에 빠져서, 로봇도 만들고, 공룡도 만들고, 상상 속의 작품도 만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플라스틱 블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터, 센서를 비롯한 디바이스도 같이 조립하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제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도 쎕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절묘하게 만났습니다. 소위 아날로그 제품이 Connected Product, Smart Product으로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Digital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교육계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은 환호했고 많은 인기를 끌게 됩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이 생깁니다. Mindstorms의 제어 S/W를 Release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해커들에게 의해 구멍이 뚫리고 변형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간한 업체라고 한다면, 다시 보안 시스템을 Upgrade 한다고 난리를 떨고, 해커를 찾아내겠다고 했음직도 하지만, 레고는 제어 S/W를 공개하기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S/W가 더욱 풍성해지는 계기를 만듭니다. Open Innovation의 가치와 성공 사례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지요.

레고가 첨단 기술, 특히 IT를 접목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 3D Printer를 이용해서 고객이 원하는 특별한 사출물 블록을 제작해서 보내주는 유료 서비스를 하고도 있습니다.
  • Big Data를 이용한 서비스도 합니다. 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레고 시리즈를 입력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블록들로 만들 수 있는 레고의 다른 작품을 알려주고도 있습니다.
레고의 Open Innovation, 그리고 신기술의 접목을 소개했는데,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가고자 합니다.

a) Mass Customization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추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사업화 하는 과정에서 잘 안되기도 합니다. 10여년보다 훨씬 전에도 의류/스포츠 업체들이 뛰어들었는데, 생각보다 시장이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Mass Customization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의 블로그 포스트로 만들기로 약속드리고요)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은 이유 중, 한 가지만 들어보고자 합니다.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Consumer가 아니라, 소비와 생산을 함께 하는 Prosumer 라는 표현을 꽤 오래전부터 써 왔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는 사실 그렇게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운동화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운동화의 각 부위별로 재질이나 색상을 달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Logo 등을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Customization (속칭 Cosmetic Customization)는 10여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직접 Design을 해보니, (가끔 아주 뛰어난 소수의 소비자를 제외하면,) 전문 Designer들이 만든 것보다 심미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열심히 Design 해놓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니, 설계가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더 있습니다만, Cosmetic Design 영역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감각을 믿는 Customization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참고로, 레고도 Digital Designer를 계속 Upgrade 해 오다가, 지금은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 Open Innovation은 유행어처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뼈져리게 수용해야 하는 Business Agenda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GDP 대비 R&D 투자의 비율은 세계 1위입니다. 총액의 규모면에서도 세계 5위라고 합니다. 엄청난 R&D 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 기술은 생각만큼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투자대비효과에 대해 이야기할 짠밥이 되지는 않은 듯 하여, (주로 공공쪽에서 근무하신 분들의 비중에 많은 강의에서는),  주로 R&D 지출 중에서의 국제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국제협력에 대한 실적을 보면,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꼴찌에 가깝습니다. 즉, 공동연구가 아닌 나 혼자만의 폐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미 세상에 나온 제품이나 기술을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더더욱이 앞으로의 세상은 단일기업이나 Supply Chain간의 경쟁이 아니라, Ecosystem간의 경쟁입니다. 지금까지는 협력, 경쟁의 2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폐쇄형 R&D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GDP 대비 R&D 투자비율을 높인다고 해서, 규모면에서 미국, 중국, 일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파트너쉽을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를 양보하고, 하나를 얻는 것에 대해서도 크기를 떠나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R&D 체계에 대한 문제는 많이들 공감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고쳐야 합니다!



레고 이야기를  두 번에 끊으려고 했었는데, 한 번의 포스팅이 더 필요하겠네요.

2019년 1월 2일, 정대영(SAP KOREA) 씀

2018년 12월 30일 일요일

위기를 극복한 멋진 사례 - 레고 이야기 (1/3)

2018년 겨울은 우리나라 제조업체에 근무하시는 분들께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고민이 많은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와 사례를 찾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사례를 하나 올리는 것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가 이 회사의 사례를 소개할 때에, 늘 먼저 짧은 퀴즈를 내고는 합니다. 아래의 기업이 어디인지 한 번 맞춰보십시요.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 
  • 90년대 말 적자를 기록한 이후, 6년간 매출 하락 및 적자 계속 
  • CEO 교체 및 교체 1년만에 극적으로 흑자 전환 
  • 이후 10년간 매출 5배 성장 및 사상 최대 영업 이익 달성 

제가 이 Quiz를 내면, Apple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GE를 이야기하신 분들도 계셨었습니다만, 제가 의도한 답은 레고(LEGO)입니다.


개인적인 꿈 중 하나는, 나중에 은퇴해서 완구 사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옛날에도 레고는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초반 레고 스토리라는 책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레고는 잘 아시는 것처럼 요철이 달린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입니다. 시작은 1932년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라는 분이 목공소를 하시다가 짜투리 조각으로 나무장난감 사업을 하시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이후 지금과 같이 사출을 통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레고를 만들었고, 1958년에는 레고 블록 크기를 표준화하고, 요철이 호환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레고는 창의력을 길러주는 장난감의 대명사로 꾸준히 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레고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 레고블록의 특허권 소멸(1988년) : 마트나 장난감 상점에서, 레고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가격은 훨씬 저렴한 브랜드를 보셨을 겁니다.) 
  • 선진국 시장의 출산율 저하 (완구시장 축소)
  • 디지털 게임기의 부상 : 부모님 주머니는 한정되어 있고, 아날로그 레고보다는 뿅뿅 게임기가 아이들의 눈길을 끌게 마련이지요. 
최근에 Digital Transformation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Digital Disruption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정작 레고야 말로 오래 전에 Digital Disruption 당하게 될 뻔한 기업이었습니다.

매출은 정체되고,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레고 경영진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 먼저, 신제품을 많이 늘렸습니다. 하지만 매출도 영업이익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 이어 레고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의류, 시계, 출판/미디어, 테마파크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하지만, 레고의 부진은 이어졌고, 큰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출처: Picking up the pieces, Oct., 2006, The Economist

이런 위기 상황에서, 레고 이사회는 큰 결단을 하게 됩니다. 2004년 CEO를 교체하게 됩니다. 가족경영을 통해 성장해온 레고에서, 당시 36세에 불과한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라는 젊은이를 CEO로 임명합니다. (McKinsey 컨설턴트로 일했었고, CEO로 임명되기 전까지 레고에서 근무했던 분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기적이라고 할만큼, 놀랄만큼의 변화가 이어집니다. 

출처: The Lego Case Study 2014

출처:  Trunaround Story: The Lego Group

위의 그래프(1993년이 아니라, 2003년입니다만)에서 보시는 것처럼, 매출은 해마다 두자리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수익성도 완구업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장합니다.  

도대체 레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경영학에서도 레고의 Turnaround에 대해 많이 다루고 계시고, 구글링을 해보시면 은근히 레고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글쓴이의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들도 있으니, 한 번쯤은 찾아서 읽어보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레고의 Turnaround 과정을 압축해서 적어봅니다.

1) Back to Brick 

흔히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Back to Basic을 이야기합니다. 

레고의 경영진은 각국의 가정, 완구 소매업체를 방문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확인하거나, 깨닫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즉, 레고의 핵심은 블록완구에 있었고, '레고다움'을 다시 찾기로 했다고 합니다. 
  • 부품수 합리화(=줄이기): 블록의 크기, 모양, 색상을 조합하면, 정말로 다양한 부품수가 나옵니다. 12,900여가지의 블록을 7,000여가지로 줄였다고 합니다.
  • 공급업체 정예화: 레고 제품이 늘어나다보니, 공급업체의 수도 많이 늘어났었기에 자연스럽게 정예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11,000여개의 공급업체가 2,200여개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 물류센터 통합: 유럽권의 경우, 5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했다고 하는데, 1개로 통합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재고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겁니다. 
  • 사업 구조 조정: 레고 브랜드를 이용해서 시계, 의류, 출판, 테마파크 등 사업에 진출했었는데, 레고랜드의 지분은 매각하고, 브랜드를 이용한 사업은 라이센싱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자, 여기에서 Digital Transformation과 관련된 교훈 내지 Tip 이야기를 잠시 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제품 합리화, 공급업체 정예화, 물류센터 통합 작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신임 CEO는 2004년부터 Complexity (복잡성)과의 전쟁을 펼쳤는데, 이때에 SAP ERP가 전략적 의사결정의 수단이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CEO 취임 이전부터 레고는 ERP 프로젝트를 했지만, ERP의 활용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었나 봅니다. 
  • Global Supply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13개 프로세스에 대해 표준화 및 단순화(Simplification)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고 합니다. 13개 프로세스에는 Order-to-Cash, Procure-to-Pay, Manufacturing, Quality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 아울러 물류 배송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공급업체/물류업체를 정예화하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져진 Back-end를 바탕으로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ERP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많은 정보와 Insight가 있지만, 원가와 수익성은 레고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품(제품)을 정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ERP에서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니, ERP 프로세스대로 운영하고, 데이터의 정확성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내부 환경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몇 년전부터 중소제조업체을 위한 스마트공장 과제(정부과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ERP 보급사업 처럼 도덕적 불감증을 일으키고, S/W 업체들을 난립하게 만든 후에 도산하게 만드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우려 속에도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경쟁력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중소기업도 있습니다.

성공했다고 이야기하는 중소기업 CEO들은 몇 가지 요인을 공통적으로 꼽습니다. 

  • 매뉴얼로 하던 작업을 자동화했더니, 해외 (잠재)고객들이 실력을 인정해주고, 일거리가 늘어나거나 신규 거래선을 개척할 수 있었다.
  • POP/MES를 통해 생산량, 생산시간, 투입된 자원 등을 정확하게 집계하고, 이를 ERP와 연계하였더니, 제품별 손익, 거래선별 손익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처럼 묻지마 수주가 아니라, 매출만 쫓는 수주가 아니라, 수익성을 따지는 수주와 Nego가 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매출도 이익도 성장하게 되었다. 
급하다고, 바늘귀에 실을 메어 박음질을 할 수 없는 것처럼, 튼튼한 기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 정도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겠지만, 데이터의 정확도, 이렇게 얻어진 Insight를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 라는 측면에서는 한 번 돌이켜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기술, 멋진 이야기만 쫓지 말고, 1) 레고나 위의 우리 기업들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다져야 하기도 하고요, 2) 기업의 많은 구성원들이 변화를 공감할 수 있는 영역부터 혁신을 시작해서, 혁신의 문화를 심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길어진 것 같아,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번 포스팅으로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첫 편집일: 2018년 12월 31일, 정대영(SAP Korea)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