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6일 수요일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 - 초가집 없애고, 마을길 넓히는 새마을 운동은 아니다

비판은 쉬어도, 마음에 콕 와 닿는 대안을 제시하기는 힘듭니다.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책이 있다면, 그리고 현재보다 낫다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은 진행형입니다. 말그대로 따라면 하는 되는 완성된 모습이 있다거나, 지행해야 하는 목표가 생생하게 있지도 않습니다.

현재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의 경우, 발전단계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단위공정 자동화, MES 구축이 거의 전부인양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소기업보다 과제가 조금더 크고, 다양합니다. 설비관리를 확장해서 Condition-based Maintenance, Predictive Maintenance를 꿈꾸고, 현장 데이터를 분석해서 과거 통계적 품질관리나 6 sigma로 이루지 못한 품질개선 또는 생산성 개선을 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정말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의 전부일까요? 스스로 만들기보다 따라하기에 익숙해져 있는 창의적 발상의 한계이기도 하고, 검증된 사례만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영진에게도 문제는 있겠습니다만, 진짜 다른 것도 있을까요? 

이 순간 새마을 노래가 떠오릅니다.

  • (1절)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 (2절)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1970년대 농촌도 아니고, 근 50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혁신은 획일적인 모습 또는 공통적인 모습보다는 각각의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독일에서 Industrie4.0을 이끌고 있는 Platform Industrie4.0 에서는 제조업체들의 Use Case와 구현사례/경험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원문의 주요 내용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내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많은 종류의 새로운 생산 방법,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제품으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라인은 더 이상 하나의 제품 생산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산업 생산의 수요를 변화시킬 것이다.  IT는 변화하는 제품 믹스에 작업장이 더욱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능력이 최적으로 이용되도록 할 것이며, 자동화된 분석 프로세스는 유지보수의 니즈 및 생산의 다운타임 risk가 있는지를 밝혀줄 것이다.  

독일내에 적용된 300여개 이상의 사례는 생산설비, IT 시스템, 비즈니스 모델들을 보다 잘 연계한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Platform Industrie4.0의 작업과 함께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한마디로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Connecting Dots을 통해서 새로운 혁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독일의 Platform Industrie4.0이 국제 협력을 추진하면서, 이에 동참하는 국가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독일 외에 프랑스, 일본도 Use Case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독일부터 들어가봅니다. 하단의 Link를 누르면, 독일의 지도와 함께 Use Case의 식별자인 번호들이 뜨는 지도를 보실 수 있습니다.
Use Case들이 많다보니, 원하는 Use Case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Filtering Option이 있습니다. 
  • Application Examples
    - Education and training
    - Infrastructure
    - Logistics
    - Manufacturing Industry
    - Other
  • Product Examples
    - Automation Components
    - Advisory Services
    - Mechatronic Systems
    - Production Services
    - Manufacturing Industry
    - Software Solutions
    - Other 

  • Value Creation 
    - Design & Engineering 
    - Production & Supply Chain
    - Service
    - Logistics 
    - Other
  • Development Stage 
    - R&D Project
    - Demonstrator
    - Market Launching / Piloting
    - Market-ready / Productive Use
  • Region (독일의 주)
  • Company Size   
    - 1 - 250 employees
    - 250 - 5,000 employees
    - 5,000 - 15,000 employees
    - more than 15,000 employees 
Filtering Option 들만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독일 제조업체들이 그려가고 있는 Industrie4.0은 생산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Value Creation 즉 가치사슬을 보더라도, Design & Engineering도 있고, Service도 있고, 물류(Logistics)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Product Examples을 보면, 산업 분류에 버금가도록 Use Cases들을 분류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완성된 것만 가지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R&D 단계 또는 Showcase 단계에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국한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런 조건을 입력해서 원하는 Use Case를 찾고 나면, Use Case들은 다음과 같은 주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 What were the challenges to be solved and what specific benefits were achieved? 
  • How can the Industrie 4.0 approach be described?
  • What could be achieved?
  • What can others learn from it?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사항을 문의할 수 있는 연락처(Contact Point)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추진단의 Web Site를 들어가면, 스마트공장 추진사례집(pdf 파일)을  download 받을 수 있습니다. 행사장에 가서 포스터로 전시된 내용을 볼 수 있는 것보다는 진일보되어 있지만, 정보의 검색과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개선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보의 체계적 정리는 사실 조금 부럽고, 진짜로 더 부러운 것은 다양한 과제들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내용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상의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Industrie4.0 또는 제조업의 디지털 혁신이라는 의미가 제대로 자리잡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제품/서비스 혁신, 채널 혁신, 제품설계부터 수주, 생산, 납품, 운영에 이르는 프로세스의 혁신 등 기업 특성과 비전에 적합한 혁신이 일어나고, 혁신과 혁신이 만나서 과거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편집일: 2019년 2월 6일, 정대영(SAP Korea) 씀 

2019년 2월 5일 화요일

Industrie4.0을 끌어가는 조직 - Platform Industrie4.0

2019년 4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업 박람회라고 불리는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가 열립니다.  Hannover Messe 2019는 4월1일부터 4월5일까지 열리고요,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전시업체로 참여할 것이고, 그 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새로운 기술과 응용 영역을 배우기 위해 하노버를 찾으실 겁니다. 특히나 독일의 Industrie4.0은 어디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배우기 위해 떠나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예상됩니다.

Industrie4.0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누가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도 꼭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기업에서 혁신 과제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때에도 담당 인원을 선정하고, 추진 조직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혁신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계의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만들려면,  참여 인력 및 추진 조직은 보다 잘 구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 경영진이 Top Down 형태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잘 따라갈 듯 말 듯 한데, 이해관계자가 훨씬 다양한 산업계나 사회라면,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마찬가지이고, 실행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4차 산업혁명, Industrie4.0이 한참 관심을 끌 무렵,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제와 추진조직을 다룬 보고서들이 나왔었는데, 의도한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반향을 일으켰다면,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거나,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조직을 만들 때에 이런 사상이 조금이라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Platform Industrie4.0 조직의 역사 공부는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있는 그대로의 조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The Background to Platform Industrie 4.0
연방경제에너지부(BMWi)의 장관과 연방교육연구부(BMBF)의 장관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리더들이 Platform Industrie4.0 의 경영진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경영진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함께 볼까요? 웹사이트에 경영진 및 참여기관들이 누구이고, 어디인지를 설명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다음의 표는 Platform Industrie4.0의 경영진입니다.

출처: Platform Industrie4.0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장관, 연방교육연구부(BMBF) 장관, 그리고 이 외에 8분이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일을 대표하는 쟁쟁한 민간 기업의 Board Member들이 들어와 있는데, Robert Bosch, Deutsche Telekom, SAP, Siemes, Festo 가 눈에 뜨입니다. 그리고 다른 3분이 있는데, 독일 산업계를 대표하는 BDI (독일 무역협회로 해석해야 할까요?),  IG Metall (독일의 금속노조), 독일의 연구조직인Fraunhofer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딱 보아도 한국에서 어떤 추진조직을 만든다고 할 때에는 확실히 다릅니다. 몇 가지 다른 점을 꼽아볼까요?


  • 멤버 중 절반 가까이가 대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질책과 반감이 큽니다. 아울러 특정 기업 밀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두려워합니다. 비판이나 야단을 피하다 보니, 중립을 찾게 되고, 결국 학교 교수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 교수들도 아는 것 많은 분들입니다만, 훈수는 둘지 몰라도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기업이 움직이도록 할 수는 없는 분들이지요. 대기업은 변화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적대적 세력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 노조의 참여: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계급이 노동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단기간에 정치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바뀌었고, 과거 독재 정권 하에서 또 민주주의 정권 내에서도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왔던 것도 노조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Industrie4.0은 노동, 그리고 노동자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만, 강성 노조에 데여본 경영진이나 공무원들은 노동자의 동참에 대해서는 꺼려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노동자의 이해와 협조없이 제조업의 혁신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표하는 노조의 참여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더 담고 싶고, Start-up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은 것 이해합니다. 이해관계에 휘둘렸다는 뒷담화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비판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담대함이 있지 않은 이상, 수 많은 이해관계자를 포용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2017년에 한국에 방문하셨던 Henning Kagermann 박사님이 주신 당부의 메시지를 들어보실까요? (출처:  독일 4차 산업혁명 기수, 헤닝 카거만 내한 / YTN 사이언스)

 




본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면서 마무리 짓는 글입니다.  괜히 남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 기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앞서 독일의 Industrie4.0 추진 조직도 변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일단 해보고, 잘 되는 것과 잘 안되는 것을 겪어가면서 또 바꾸어가면 가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 뿐만 아니라 남들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해보고 아니면 다시 고쳐가는 유연한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편집일: 2019년 2월 6일, 정대영(SAP Korea)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