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ie4.0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누가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도 꼭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기업에서 혁신 과제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때에도 담당 인원을 선정하고, 추진 조직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혁신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계의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만들려면, 참여 인력 및 추진 조직은 보다 잘 구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 경영진이 Top Down 형태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잘 따라갈 듯 말 듯 한데, 이해관계자가 훨씬 다양한 산업계나 사회라면, 방향성에 대한 합의도 마찬가지이고, 실행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겁니다.
4차 산업혁명, Industrie4.0이 한참 관심을 끌 무렵, 국내 연구기관에서도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제와 추진조직을 다룬 보고서들이 나왔었는데, 의도한 반향은 일으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반향을 일으켰다면,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거나,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조직을 만들 때에 이런 사상이 조금이라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Platform Industrie4.0 조직의 역사 공부는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있는 그대로의 조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The Background to Platform Industrie 4.0 |
출처: Platform Industrie4.0 |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장관, 연방교육연구부(BMBF) 장관, 그리고 이 외에 8분이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독일을 대표하는 쟁쟁한 민간 기업의 Board Member들이 들어와 있는데, Robert Bosch, Deutsche Telekom, SAP, Siemes, Festo 가 눈에 뜨입니다. 그리고 다른 3분이 있는데, 독일 산업계를 대표하는 BDI (독일 무역협회로 해석해야 할까요?), IG Metall (독일의 금속노조), 독일의 연구조직인Fraunhofer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딱 보아도 한국에서 어떤 추진조직을 만든다고 할 때에는 확실히 다릅니다. 몇 가지 다른 점을 꼽아볼까요?
- 멤버 중 절반 가까이가 대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질책과 반감이 큽니다. 아울러 특정 기업 밀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두려워합니다. 비판이나 야단을 피하다 보니, 중립을 찾게 되고, 결국 학교 교수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 교수들도 아는 것 많은 분들입니다만, 훈수는 둘지 몰라도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기업이 움직이도록 할 수는 없는 분들이지요. 대기업은 변화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적대적 세력이 아니라,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 노조의 참여: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계급이 노동자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단기간에 정치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바뀌었고, 과거 독재 정권 하에서 또 민주주의 정권 내에서도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왔던 것도 노조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Industrie4.0은 노동, 그리고 노동자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만, 강성 노조에 데여본 경영진이나 공무원들은 노동자의 동참에 대해서는 꺼려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노동자의 이해와 협조없이 제조업의 혁신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표하는 노조의 참여도 필요합니다.
2017년에 한국에 방문하셨던 Henning Kagermann 박사님이 주신 당부의 메시지를 들어보실까요? (출처: 독일 4차 산업혁명 기수, 헤닝 카거만 내한 / YTN 사이언스)
본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면서 마무리 짓는 글입니다. 괜히 남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 기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앞서 독일의 Industrie4.0 추진 조직도 변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최선으로 일단 해보고, 잘 되는 것과 잘 안되는 것을 겪어가면서 또 바꾸어가면 가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우리 뿐만 아니라 남들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해보고 아니면 다시 고쳐가는 유연한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편집일: 2019년 2월 6일, 정대영(SAP Korea)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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