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번의 포스팅을 통해서, 레고가 겪었던 위기, 레고가 위기를 극복해간 과정을 이야기드렸었습니다. 그리고, 레고가 플래스틱 사출물(=블록)을 잘 만들고, 마케팅만 잘 하는 회사가 아님을 중간중간에 설명했었습니다.
레고는 경영과 IT를 접목하는 면에서도 모범사례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IT의 위상이 많이 격상되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이라면 CIO가 만들어졌고요, 회사내에서도 임원급의 위치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IT는 경영과 밀접한 위치에 놓여지게 됩니다. Business와 IT를 Alignment 하는 것이 CI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임무라고들 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LEGO의 주요 IT 프로젝트를 시계열로 표현한 것입니다.
- ERP/SCM: LEGO가 극적으로 Turn Around 하는데 있어서, 제품을 합리화하고, 공급업체를 정예화하고, 물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물류센터를 통합했었다고 첫 번째 블로그에서 설명했었습니다. 이 당시, 어려운 의사결정을 위한 Insight를 제공하고, 혁신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ERP 프로젝트의 힘이었습니다.
- 글로벌 인재 관리 시스템: 레고는 혁신과 성장이 임직원으로부터 나옴을 빠르게 인식한 회사입니다. 인재 관리를 통해 임직원의 역량을 한층 높이고, 인재 관리 프로세스를 한 단계 높여 정착했던 것이 2008년부터입니다. 시스템으로는 SuccessFactors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 제조 시스템 플랫폼: 레고는 Turn Around 과정 중에서 한 때에 공장을 매각하고, 생산을 아웃소싱했었다고 합니다. 이후 품질이 레고의 근본임을 다시 인식하고, 생산을 인소싱했었다고 합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생산기지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게 되는데요, 생산관리 프로세스의 상향 표준화를 위해 제조 시스템의 플랫폼화를 합니다.
- PLM 통합: 레고의 제품은 플래스틱 블록에서 전기, 전자가 접목된 제품으로까지 확대됩니다. 제품 개발을 위한 Idea Development도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업의 다각화에 따라 제품/서비스도 늘어나게 됩니다. 과거보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도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도 많아지는 당연해집니니다. 이러한 제품개발/관리 프로세스를 한 단계 개선하고, 글로벌 운영이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SAP PLM을 도입하게 됩니다.
- Customer Engagement 플랫폼: 과거에는 유통업체를 통해 고객을 만나게 되었다면, 홈페이지, Social Media, 모바일 App을 비롯해서 LEGO 전용의 Digital Designer 등 고객과의 접점은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고객에게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넘어 Memorable Experience, Impactful Experience를 제공하고, 고객의 니즈와 느낌을 이해하고, 이를 다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세입니다. 흩어져 있는 고객정보를 통합하고, 멋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SAP C/4HANA)을 도입하게 됩니다.
굵직한 프로젝트 몇 가지를 들어서이지, LEGO Digital Designer의 개발과 출시, Open Innovation을 위한 LDD Gallery를 열었던 일, IT 및 S/W가 결합한 LEGO Mindstorms의 출시를 비롯해서, LEGO의 혁신은 IT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경영혁신의 Enabler로 IT가 있었다면, 지금은 Digital First로 가고 있는 모습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문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문화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하지만, 딱뿌러지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눈에 드러나게 보여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차이는 읽혀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기업 중 삼성, LG와 같이 구체적으로 회사를 적어보면, 어떤 면에서들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시거나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업 문화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지만, 저는 문화라는 것은 의사결정을 하는 가치 기준에서 시작되어, 임직원들이 행동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라고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레고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조직의 계층도 자연스럽게 늘고, 조직내에도 여러 전문 부서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레고의 경우, 많은 임원 협의체(의사결정기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조직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많은 전문적인 회의체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레고는 Turn Around 과정에서 이를 대폭 축소했다고 합니다. 10여개에서 1개(Corporate Management)로 줄였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의사결정의 속도와 일관성은 올라가게 되겠지요. 이런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소위 의사결정을 하는 협의체 인원을 확대 조정하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SAP에도 SET(Senior Executive Team)이라는 의사결정협의체가 있습니다. SET도 Core SET가 있고, 조금 더 많은 인원으로 구성되는 Extended SET가 있습니다. 모든 나라에, 모든 Region에 동일한 의사결정협의체가 있습니다. 안건에 따라 Core SET에서 결정하면 될지, Extended SET에서 결정하면 될지만 나누는 기준만 있으면 됩니다.
레고의 경우, CEO를 비롯해서 COO, CMO, CFO, HR 등 핵심 임원들이 있습니다만, (모든 의사결정 회의에 들어가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낭비가 될 것이고요,) Corporate Management에서 결정된 것은 가능한 존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된 것이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실행중심의 문화가 성숙하도록 했다고 하네요.
Open Office도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입니다. SAP Korea의 경우에도, 사장님을 비롯해 임원이라고 하는 분들이 독차지 하는 방이 없고요, Mobile Seat라고 해서 출근하면 앉고 싶은 층의 앉고 싶은 자리에 가서 앉아서 근무합니다. 레고도 지역별로 Open Office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즉, 경영진도 일반 직원들처럼 보통의 자리에서 함께 근무하니, 경영진과 직원간의 의사소통은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것이고, 계층적 문화를 없애는 데에도 기여했으리라 믿습니다.
Digital Transformation에 있어서, 진짜 구루들은 문화를 바꾸는 것에 대해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합니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마치 DNA를 바꾸는 것과 같은데, 기업으로 놓고 보면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화를 바꾸는 방법도 여러가지를 사용합니다, 평가지표를 바꾸고, 평가방법을 바꾸는 경우도 있고, 일하는 공간을 보다 역동적이고 활기차게 바꾸는 경우도 있고,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부서들이 같이 일할 수 있도록 레이아웃을 바꾸기도 하고, 생각이나 접근 방법이 다를 수 있는 밀레니얼, 외국인을 섞기도 합니다. 한 가지 묘방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나중에 SAP가 어떻게 Innovation Culture, Customer-Oriented Culture를 회사에 심어갔는지에 대해 한 번 설명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썰렁한 농담 하나 하면서, 레고 이야기 3번째 포스트를 맺을까 합니다. 밑의 사진을 보시면, 병들이 있습니다.
출처: https://sha.org/bottle/ |
우리가 병목(Bottleneck)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디에 있는지요?
병목은 병의 밑에, 병의 중간에 있지 않고, 병의 윗 부분에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혁신을 시작하고, 혁신에 성공하려면, 바뀌어야 하는것은 바로 병목입니다. 리더의 마음가짐, 태도, 행동양식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습니다.
"In most organizations, the bottleneck is at the top of the bottle"
마지막 편집일: 2019년 1월 2일, 정대영(SAP KOREA)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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