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일 화요일

위기를 극복한 멋진 사례 - 레고 이야기 (2/3)

레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앞의 블로그에서는  레고의 위기가 어떻게 찾아왔는지와 위기 극복 과정의 이야기 중 Supply Chain의 Complexity를 줄였던 노력을 설명했었습니다. 요약한다면, 레고 블록의 수를 줄이고, 다각화된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 중에 레고는 본연의 본질을 찾습니다. 이러한 혁신 중에 ERP는 제품 합리화에 대한 의사결정을 비롯하여, 프로세스의 단순화 및 표준화, 그리고 조직원들이 다시 레고 본연의 사업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Back-to-Brick (Back-to-Basic)을 통해 불과 1년만에 사업도 흑자로 반전됩니다.

그리고 수익성 있는 성장(Profitable Growth)을 위한 혁신은 이어집니다.

2) 레고 본연의 핵심을 지키는 컨텐츠 비즈니스 (신사업)

블록 사업을 근간에 두고, 레고는 사업 영역을 확대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속의 스토리에 맞는 레고 완구 시리즈를 냈던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스타워즈, 해리포터, 배트맨, 인디아나 존스, 반지의 제왕 등이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완구점에 가셨던 분들은 이런 완구들을 기억하실 겁니다.

꽤 많은 성공작을 낸 이후에, 레고는 직접 컨텐츠 제작으로도 뛰어드는 모험 내지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The Lego Movie, 닌자고 등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고, 이를 통해 레고 블록 완구 시리즈도 대박을 냈을 뿐만 아니라, 게임, 비디오 등으로도 수입원을 다각화합니다. 흔히 영화, 만화, 게임 산업의 특징을 One Source Multi Use 라고들 하는데, 레고도 산업의 속성을 잘 이용해서, 하나의 구성원이 되기도 하고, 전체를 Orchestration 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매출 부진에 시달렸을 때에, 여자아이, 성인 층으로 사업을 넓히고자 시도했었는데, 레고는 과거 레고의 추억을 안고 있는 성인층을 대상으로 고급 블록을 출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Architecture 시리즈인데, 세계의 멋진 건축물들을 레고로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중에는 동아시아권 최초로 한국의 전통 건축물인 숭례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출처: 레고 아키텍쳐 시리즈 17 - 21016 숭례문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Digital Transformation의 본질은 Business Model Innovation 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신사업을 한다고 할 때에, 어느 날 갑자기 기존 사업을 제껴두고 신사업에만 몰빵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신사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을 가질 수 있어야 Risk를 줄일 수 있겠지요, 고상한 표현으로 핵심역량이라고도 하는데 핵심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신사업이어야 Risk도 줄이고, 성공확률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SAP도 Digital Transformation을 성공적으로 한 기업으로들 외부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SAP라고 하면, ERP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고요, SAP를 조금 더 아시는 분들은 ERP 외에도 많은 CRM, SCM 영역의 Business Applications들과 Analytics, SAP HANA를 비롯한 Database, Ariba, Success Factors, Concur를 비롯한 Cloud 제품들, Leonardo 를 비롯한 혁신 제품군들도 떠올리실 겁니다. 과거에는 유명한 Business Application 업체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독일의 쟁쟁한 기업들 중에서도 시가 총액 1위 업체로서, Industry4.0을 하고 있는 업체로 Transformation 했습니다.

SAP의 핵심역량은 무엇일까요?

SAP의 핵심역량은 '고객의 비즈니스 문제를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핵심 역량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Business Model을 넓혀왔고, 기업 내부의 인적 역량과 문화도 혁신해왔습니다.

  • Outcome Based Model (Cloud Business)
  • Expand to New Industries/Market (In-memory computing - SAP HANA)
  • Platform Business (Business Network) 

Business Model을 확대하거나, 혁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시는 분들은 먼저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위해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Open Innovation 및 신기술의 접목

어떤 업종에 있든간에, 고객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해야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는 프로세스도 혁신의 대상이며,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도 혁신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도 제품혁신이라고 하면, 흔히 연구소에서의 제품개발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내 정보가 바깥으로 새어나가면, 경쟁업체가 모방제품을 만들까하는 걱정으로 폐쇄적인 R&D를 추구해왔습니다만, 폐쇄적 혁신보다는 개방형 혁신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10여년전에 P&G가 신제품 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개방형 혁신(Connect & Development)으로 성공을 거둔 후에, 산업계에 널리 공감대가 형성된바 있었습니다.

레고도 개방형 혁신에 있어서는 P&G 만큼이나 멋진 사례를 만들어냅니다.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것이 레고의 Digital Designer 입니다.

출처: The Lego Digital Designer (Wiki)

2004년에 최초로 출시되었다고 하니, 벌써 15년이 되어가네요. 레고에서 만들어내는 블록들을 이용해서, Digital 환경에서 가상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Digital Designer 입니다. 몇 년전부터 Digital Twin 이라는 용어가 유행인데요, Low Fidelity의 Digital Twin의 참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Digital Designer는 그 자체로도 고객들이 레고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에도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듭니다. 소비자들이 Digital Designer로 만든 것을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듭니다. 바로 이 공간이 Lego Digital Designer(LDD) Gallery 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만드는 것이라, 대단하지 않은 것들도 많지만, 많은 사람을 경탄하게 하는 뛰어난 작품도 나타납니다.

출처: Lego Digital Designer Gallery

LEGO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LEGO는 이 작품을 상용화하고, 이 작품의 판매 수익을 설계한 사람과 나누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가상으로 만든 작품을 직접 만들 수도 있도록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Digital Designer로 고생고생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면, 아빠, 엄마는 그 작품이 너무나 멋있어 보일 겁니다. 가상으로만 구경하고 있기에는 안타깝지요. 주문을 하면 가상 작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것과 동일한 블록들을 집으로 보내주는 겁니다. 집에서 다시 작품을 만들면서, 아빠, 엄마, 아이 모두 좋아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시는지요? (Mass Customization의 좋은 사례이기도 합니다.)

Apple이나 Google이 Smart Phone에 들어가는 App을 만들 수 있는 SDK를 제작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제작자들이 App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공간 (App Market)을 만들어주고, App 판매를 통해 얻어진 수입을 제작자와 나누는 모델이 떠오르실 겁니다. 사실 S/W나 Contents 외에도,  T-Shirts를 비롯해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 사례들은 꽤 많습니다.

앞선 Digital Designer나 Gallery처럼 LEGO는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중간 소매유통 채널을 건너뛰고 바로 고객과 Communication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고객으로부터 신제품 아이디어도 얻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LEGO의 제품이라면, 플래스틱 블록 완구를 떠올리는 기성세대분들이 많으시겠지만, LEGO 제품 중에는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것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LEGO의 마인드스톰입니다.


출처: LEGO 8547: Mindstorms NXT 2.0: Robot (Amazon)

제 아들도 초등학교 3-4학년 때에 방과후 활동으로 Mindstorms 조립하는 재미에 빠져서, 로봇도 만들고, 공룡도 만들고, 상상 속의 작품도 만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플라스틱 블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터, 센서를 비롯한 디바이스도 같이 조립하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제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도 쎕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절묘하게 만났습니다. 소위 아날로그 제품이 Connected Product, Smart Product으로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Digital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교육계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은 환호했고 많은 인기를 끌게 됩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작은 사건이 생깁니다. Mindstorms의 제어 S/W를 Release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해커들에게 의해 구멍이 뚫리고 변형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간한 업체라고 한다면, 다시 보안 시스템을 Upgrade 한다고 난리를 떨고, 해커를 찾아내겠다고 했음직도 하지만, 레고는 제어 S/W를 공개하기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S/W가 더욱 풍성해지는 계기를 만듭니다. Open Innovation의 가치와 성공 사례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지요.

레고가 첨단 기술, 특히 IT를 접목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 3D Printer를 이용해서 고객이 원하는 특별한 사출물 블록을 제작해서 보내주는 유료 서비스를 하고도 있습니다.
  • Big Data를 이용한 서비스도 합니다. 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레고 시리즈를 입력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블록들로 만들 수 있는 레고의 다른 작품을 알려주고도 있습니다.
레고의 Open Innovation, 그리고 신기술의 접목을 소개했는데,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가고자 합니다.

a) Mass Customization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추고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사업화 하는 과정에서 잘 안되기도 합니다. 10여년보다 훨씬 전에도 의류/스포츠 업체들이 뛰어들었는데, 생각보다 시장이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Mass Customization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의 블로그 포스트로 만들기로 약속드리고요)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은 이유 중, 한 가지만 들어보고자 합니다.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Consumer가 아니라, 소비와 생산을 함께 하는 Prosumer 라는 표현을 꽤 오래전부터 써 왔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는 사실 그렇게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운동화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운동화의 각 부위별로 재질이나 색상을 달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Logo 등을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Customization (속칭 Cosmetic Customization)는 10여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직접 Design을 해보니, (가끔 아주 뛰어난 소수의 소비자를 제외하면,) 전문 Designer들이 만든 것보다 심미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열심히 Design 해놓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니, 설계가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이 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더 있습니다만, Cosmetic Design 영역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감각을 믿는 Customization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참고로, 레고도 Digital Designer를 계속 Upgrade 해 오다가, 지금은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 Open Innovation은 유행어처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뼈져리게 수용해야 하는 Business Agenda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GDP 대비 R&D 투자의 비율은 세계 1위입니다. 총액의 규모면에서도 세계 5위라고 합니다. 엄청난 R&D 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 기술은 생각만큼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투자대비효과에 대해 이야기할 짠밥이 되지는 않은 듯 하여, (주로 공공쪽에서 근무하신 분들의 비중에 많은 강의에서는),  주로 R&D 지출 중에서의 국제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국제협력에 대한 실적을 보면,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꼴찌에 가깝습니다. 즉, 공동연구가 아닌 나 혼자만의 폐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미 세상에 나온 제품이나 기술을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더더욱이 앞으로의 세상은 단일기업이나 Supply Chain간의 경쟁이 아니라, Ecosystem간의 경쟁입니다. 지금까지는 협력, 경쟁의 2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폐쇄형 R&D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GDP 대비 R&D 투자비율을 높인다고 해서, 규모면에서 미국, 중국, 일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파트너쉽을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를 양보하고, 하나를 얻는 것에 대해서도 크기를 떠나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R&D 체계에 대한 문제는 많이들 공감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고쳐야 합니다!



레고 이야기를  두 번에 끊으려고 했었는데, 한 번의 포스팅이 더 필요하겠네요.

2019년 1월 2일, 정대영(SAP KOREA)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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