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를 높이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로 무장하고,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전체 프로세스(end-to-end process)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런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의 혁신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요원도 필요합니다. 이제는 나 혼자 잘하면 된다는 혁신은 불가능합니다. 가치사슬을 넘어, 네트워크 내지 생태계를 구성하는 업체들이 힘을 더해서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폐쇄적 협력을 넘어 독일과 같이 제조혁신에 앞서가는 선도국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이 살 길…‘스마트 제조 혁신 전략 보고회’ 개최 (2019. 1. 16, 이투데이)
올해 1월16일,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포럼에서 작년 여름부터 약 6개월간 작업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포럼에서 인재양성분과를 맡아왔고, 인재양성 관점에서의 개선과제와 방향을 보고했습니다. 밑의 그림은 제 발표 자료입니다.
출처: ICT융합네트워크, 공학한림원,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포럼 보고자료", 2019 |
Industry4.0과 4차 산업혁명이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도 이제 3-4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끌면서,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졌습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스마트공장, Smart Factor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반영하듯이 많은 교육 프로그램들이 등장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은 많아졌지만, 교육 내용의 다양성이 그만큼 늘어나거나, 교육 내용의 충실도가 올라가지는 않아 보입니다.
원론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많지만, 정작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깊이 있는 교육은 눈에 별로 뜨이지 않아 보입니다. 기존 교육 프로그램의 제목에 4차 산업혁명이나 Industry4.0을 수식어 넣어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화 교육 프로그램에 Smart Factory라는 수식어를 달어주거나, 기존 교육 과정에 1-2시간 정도의 인공지능이나 Analytics를 담은 것들도 보입니다. 마치 최근 2년 정도 동안, 모든 Conference나 Seminar에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타이틀이 안 들어간 것이 없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교육 프로그램이 이렇다는 것은, 교수요원(이하 교수)이나 전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부분 교수 또는 전문가라는 분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산현장 즉, 생산공정이나 생산프로세스를 잘 아시는 분들은 최근에 이야기되는 신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신기술을 좀 안다고 하시는 분들은 정작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이론에 강한 분들은 실무에 약하고, 실무가 강한 분들은 이론에 약하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슈퍼맨이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 교육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이론이나 개념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계에서는 현장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을 바라고, 이런 역량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지만, 학교 교육이나 산업계 교육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Dual System을 비롯해서, 직무 교육/훈련이 강한 독일같은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 교수들이 승진 및 Tenure를 받기 위해 논문 쓰는데에 집중하고, 어려운 산학 프로젝트보다는 논문 쓰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과제를 따는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실습 또는 현장문제 해결보다는 강의실에서의 Presentation 중심 교육으로 흐르고 맙니다.
미국도 이런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아이디어가 Learning Factory입니다. 강의만으로는 부족하고, Hands-on Experience (실습)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고, Team Project 등을 통해 팀 단위로 문제를 풀어가고, 교육과정에는 산업체도 함께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 방향이었습니다. Industry-partnered Active Learning이 Learning Factory가 지향하는 바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1994년 시작되었는데, NSF/ARPA의 Technology Reinvestment Program을 통해 3년간 Fund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초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교로는 Penn State University (PSU), University of Puerto Rico-Mayaguez (UPRM), University of Washington (UW) 등이 있고, 산업계도 함께 참여했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 중 하나는 다양한 학교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같으면 소위 SKY를 비롯해 KAIST, UNIST, 포항공대 등이 휩쓸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PSU는 미국에서 2번째로 많은 공대생을 배출하는 학교이고, UPRM은 히스패닉 학생의 비중이 가장 큰 학교이고, UW는 연구중심이 강한 학교라고 합니다.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었겠지만, 실험 정신을 가지고 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PSU는 전공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공대를 대상으로 Learning Factory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6,500 Square Feet에 달하는 공간에 실습 환경을 만들었고, Machining 및 Rapid Prototyping을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Machine Shop, Design and Dissection Studio, Model Shop, Conference Room, Project Work Area, CAD Lab 등이 위치했으며, Machining (CNC 장비 및 매뉴얼 장비), Waterjet Cutting, Rapid Prototyping, Forming, Welding, Assembly, Electronic Test and Measurement 등의 장비를 갖추고 있고,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UPRM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제약 및 전기전자 생산을 중심으로 실습 환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커리큘럼도 실습 중심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90년대에 새롭게 추가된 수업들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 Product Dissection : 제품 및 프로세스의 Re-engineering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도록
- Concurrent Engineering
- Technology-based Entrepreneurship
- Process Quality Engineering
- Interdisciplinary Capstone Design
산업계의 참여도 빠질 수 없습니다. 커리큐럼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해서 산업계의 니즈를 반영하고,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학교에서 학생 및 교수를 대상으로 강의와 실습을 주도해서 가르치기도 하고, 산업계의 실제 문제를 학교에 제공해서 프로젝트를 통해 해결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기는 하지만, 교수와 학생들이 열심히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프로젝트 당 $2,500 정도를 기업에서 후원했다고 합니다. 산업계에서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매년 60-80개 정도 수행되는데, 기업들의 만족도는 90%를 넘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기업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뛰어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학생들은 현장의 문제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을 이해하고 취업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험 정신을 가지고 시작한 Learning Factory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둡니다. 학생들의 만족도, 산업계의 만족도 모두가 높은 가운데에, NSF/ARPA의 추가 Funding없이 자생적 운영 모델을 갖추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Learning Factory에 대한 논문이나 사례 연구 외에도 Learning Factory 관련 국제조직과 학술대회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대학 중에서도 Learning Factory를 갖춘 곳들에 대한 내용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성균관대학교 Learning Factory
- Learning Factory: Penn State Engineering
- 9th Conference on Learning Factories
독일의 Learning Factory를 찾아보면, 또 다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Learning Factory는 독일이 주창하고 있는 Industry4.0을 향해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Learning Factory는 소재한 지역의 산업특성을 반영하여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Learning Factory는 교육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제품이나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Test할 수 있는 환경을 인근 (중소, 중견)기업들에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전문인력/연구기관/업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밑의 첨부파일을 보시면, 지역별 Learning Factory가 갖고 있는 색채와 차이점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Learning Factory의 개념은, IT 업체들이나 컨설팅 업체들이 갖추고 있는 Showcase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신기술은 Presentation이 아니라 작은 Prototype이라 할지라도, 직접 보고 만져보면서 느껴보면서 실제로 체험할 수 있고,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에서 고객과 Design Thinking을 통해 idea를 만들어내고, Prototype을 만들고, 교육을 하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Startup 을 비롯해서, 파트너 업체들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내실있는 Learning Factory가 국내에도 많이 갖춰지고, 이론 중심의 강의 교육이 아니라 실습 중심, 문제 해결 중심의 교육 및 실습이 강화될 때에,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Smart 제조 혁신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고, 교수요원을 양성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지다보니, 쓰고 싶은 내용도 줄이게 되고, 다른 내용들도 소개하고 싶어지네요. 잊지 않았다가, 다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편집일: 2019년 1월 20일
정대영 (SAP Korea)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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